머피의 작업장 이글루본점 매장은 www.mmk.pe.kr
by Muphy 이글루스 피플
rss

skin by 이글루스
본좌는 누구?
무협영화를 보다 보면 '본좌'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이놈의 '본좌(本座)'라는 말은 사전을 뒤져도 안나오고 여기저기 찾아봐도 단편적인 흔적만 보일 뿐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도통 힘든 것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데, 문제는 그 용법이 본래 목적에서 지독하게 벗어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게 무척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일단 의미부터 찾아보자면 '~좌(座)'부터 파악을 해야겠군요. 사전을 뒤져봐도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단 이런저런 이야기를 수집해 보면 '자리 좌(座)'라는 의미 그대로 특정 위치나 지위를 뜻합니다. 무협이나 이런데서 쓰이는 의미와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특정 수준 이상에 오른 사람에게 주어진 자리 정도 되겠지요. 그러니 '본좌'라 함은 그러한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너네들보다 훨씬 높은)이 자리에 있는 나'라는 의미에서 쓰는 말이 되겠습니다.

요약하자면, '본좌(本座)'는 '자기높임 1인칭 대명사'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두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자기높임 대명사'이고, '1인칭 대명사'입니다. 그런데, 흔히 이 말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아주 가관입니다.

1. 자기높임 대명사

커뮤니티에서건 어디에서건, 자신과 아주 친하거나 확실한 아래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거의 다 상대방을 높여 칭하게 됩니다. '존대말'을 쓰는 것은 상대를 그만큼 '존대'한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거기다가 '본좌'라는 말을 섞습니다.

예) '본좌가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쓰는 사람들은 '본좌'가 가지는 의미를 '고풍스러운 1인칭 대명사'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본좌'는 자기 '높임' 대명사입니다. 다시말하면 타인을 낮춘다는 의미이며, 또한 앞서 이야기했 듯 '자신이 상대보다 높은 자리에 있음을 바탕에 깔고 들어가는' 말입니다. 단순히 '내가'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상대를 더욱 깔보는 의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커뮤니티에서 여러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을 '본좌'로 칭한다는 것은 그 커뮤니티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매우 심각한 무례이며 언어폭력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가 그만큼 높은 지위에 올라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상대방 모두가 그것을 인정한다면 본좌라는 말을 써도 상관이 없을까요? 글쎄요. 단순히 자기높임 뿐만이 아니라 자기높임 + 상대낮춤이 복합된 용어인데 불특정다수에게 쓰기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껄끄럽겠지요. 본좌라는 단어가 등장한 '원류'인 무협지 등을 봐도 자신을 '본좌'로 칭하는 사람들은 문파의 수장 내지는 소위 '극강고수'에 한정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겠지요. 무협지 정도에 한정되어서 쓰이는 용어이기에 일상생활에서 쓴다고 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겠습니다만, 굳이 쓰일 수 있는 경우를 찾아본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자리나 지위에 계신 분들은 대개 자신을 낮추려고 하지 상대방을 낮추려고 하지는 않더군요.
대개의 커뮤니티에서 '본좌'라고 자기를 칭하는 사람들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라고 생각합니다.(아래에 이야기하는 2번의 의미도 상당히 큽니다만)
굳이 자신을 낮추는 고풍스러운 말을 쓰고자 한다면 '소인'이라는 표현이 있겠습니다만, 이 역시 아무데나 써먹기에는 민망한 표현이지요.

2. 1인칭 대명사

네. 어디까지나 1인칭 대명사입니다. '자기자신'을 호칭하는 데에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며, '본좌'라는 말이 특정한 자리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종종 우리는 이러한 표현을 목격하곤 하지요.

예) 당신을 본좌로 인정합니다.

참으로 난감한 표현입니다. 물론 저 표현을 쓰신 분들은 '본좌'라는 단어 자체를 '그만한 실력이나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의미로 파악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본좌'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를 지칭할 때 사용되는 1인칭 대명사입니다. 그러니 저 말의 의미는 '당신을 나로 인정한다'가 되겠군요. 도플갱어인가요? 제대로 쓰자면 '당신을 고수로 인정합니다' 내지는 '본좌 호칭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합니다' 정도로 써 줘야 하겠지요. (추가 : 제드님의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군요. '당신을 지존으로 인정합니다')

요약하자면, '본좌'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말자는 겁니다.
일상생활에서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는 것을 떠나서라도, 대개의 경우 단어 자체의 의미는 망각한 채 엉뚱한 용도와 의미로 쓰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전에 안나오는 단어인데 내 맘대로 의미를 정의해서 쓴다'라고 우기시는 분들은 정말 골룸입니다.

by Yggdrasill | 2005/05/20 11:04 | 국어생활 | 트랙백 | 덧글(13)
트랙백 주소 : http://muphy.egloos.com/tb/100815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5/05/20 11: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Yggdrasill at 2005/05/20 12:02
▷ 비공개 | 뭐 그냥 제가 글자들에 좀 민감하거니 해 주세요. 훗훗. :)
Commented by 제드 at 2005/05/20 12:15
2번으로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지요. 지존 = 본좌 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 저는 가끔 아는 사람들에게 우쭐댈때 '본좌'라는 표현을 쓰는 정도네요.
Commented by 리스 at 2005/05/20 12:17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단어중 하나인 본좌에 대해 잘 지적해 주셨군요. 허허허...
Commented by Alphonse at 2005/05/20 12:47
디시인 무협&판타지 갤러리에서 처음 그러한 단어를 봤는데...
진짜 이상하게 쓰더라구요. ^^ 뭐 초딩들이니 하고 말았지만 ^^
Commented by 바오밥 at 2005/05/20 13:39
저도 본좌 싫어요. 본좌가 뭐야.....
지가여...또는 쉔네...는 어떨지. 우흑흑
Commented by 모모판다 at 2005/05/20 13:41
으윽.. 저런 표현 너무 싫어요. -_-;;;;
Commented at 2005/05/20 15: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Yggdrasill at 2005/05/20 20:46
▷ 제드 | 뭐 어차피 '본좌'라는 말의 의미 자체가 그런 정도의 장난에라면야 재밌게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저도 그런 용도로는 써먹습니다. :)
▷ 리스/모모판다 | 네. 일상적으로 쓰는 사람들, 저도 싫어합니다.
▷ Alphonse | 모르는 말을 아무데나 쓰는 점에서는 초등학생들과 동일합니다.
▷ 바오밥 | 캬캬.. 쇤네...
Commented by j2key at 2005/05/20 21:16
"바른말생활" 이라는 카테고리 이름 보니까 코찔찔이 시절 개비에스에서 틀어주던 우민교화용 방송이 생각나네. "바른말 고운말"이었나… 테마송이 아주 뇌쇄적이었음. "띵 띠딩 띵 띠딩 띠딩♪"×3
Commented by DS at 2007/04/01 09:35
좋은글 퍼가도 될까요?; 출처는 밝히겠습니다.
Commented by Muphy at 2007/04/01 12:05
▷ DS // 넵.. 출처만 밝혀주신다면 퍼가셔도 좋습니다. ^^
Commented by 가나다 at 2008/03/30 17:04
뭐 잘못된거 알면서 쓰는 장난 말중에 하나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