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일까?

하드디스크 DOCK, 이런 제품을 기다렸다.

그냥, 이리저리 둘러보다 이런 글이 보여서 트랙백합니다.

발상의 전환..인 것 같습니다.
분명, HDD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물건입니다.
HDD를 장착하고 분리하고 뭐 등등등이 귀찮은건 사실이고, 그러한 귀차니즘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에 일단 호감이 간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HDD는 진동과 충격과 전기적 쇼크에 극도로 민감한 물건입니다.
단독으로는 절대로 외장형이 되어서는 안되는 물건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HDD는 물리적 동작구조(=모터)를 가지고 있기에 진동이 발생합니다. 물론, 유체베어링 모터의 적용, 그리고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 타이드 샤프트 모터의 적용 등을 통해 모터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최근들어 극도로 억제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과거의 HDD에서 발생하던 난감한 진동까지는 발생하지 않습니다만, 여하튼 HDD는 그렇게 발생하는 진동을 '스스로' 억제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외부의 섀시가 HDD를 튼튼하게 잡아줌으로써 진동을 줄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 제품은 그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별도의 고정부위도 없고, 위에서 프라스틱 본체로 꽂아넣는 저런 롬팩(아..오랜만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같은 방식은 진동에 대해 별 신경쓸 필요가 없는 메모리에서는 편리하기 그지없는 방식이겠으나, HDD가 그 대상이라면 애로사항이 만발하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고무나 실리콘 댐퍼로 HDD가 고정되는 일부 케이스는 HDD의 수명을 깎아먹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잠깐잠깐 꽂아쓰는 용도면 모르겠으나, 저렇게 꽂아놓고 장시간 쓰는 것은 절.대.로. 권장할만한 일이 되지 못합니다.

또 한가지. 어이쿠, 스위치가 뒤에 있습니다. 최소한 스위치를 전면에 만들어주었다면 납득했을 가능성이 조금은 증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이라면 저 상태에서 그대로 HDD를 뽑아내려고 들 것이 뻔합니다.

물론, SATA HDD라는 것에서 일종의 안전장치가 되어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겁니다. SATA는 PnP를 지원하고 핫플러깅도 되며, SATA 커넥터는 그것을 배려하여 그라운드의 커넥터 핀이 다른 핀보다 길게 되어있어서 전원 인가상태에서의 장착에서도 전기적 쇼크를 막는다...라고요. 맞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거기에는 물리적으로 동작하고 있는 모터와 플래터는 고려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커넥터'를 기준으로 배려가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는(7,200RPM이면 초당 120회입니다.) 회전체를 동작상태에서 그대로 뽑아낸다"라는 행위,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시지요? 물론 HDD의 내부는 매우 정밀하게 맞아들어가있는 굳건한 기계구조를 갖고는 있습니다만, 그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를 갖고 움직이는 초 고정밀전자기계입니다.

HDD를 다룰 때, 그리고 오래 사용하고자 할 때 지켜야 할 몇가지 '간단하고 기본적인' 사항들을 보면..

1. 동작중에는 건드리지 않는다
2. 전원을 끈 후 10초 이상 지난 후에 이동한다.(이건 제품에 따라 다릅니다. 크고, RPM이 높을수록 그 시간은 길어집니다.)
3. 윗면과 아랫면을 맞잡지 않는다.(특히 2.5" HDD에는 이 행위는 정말 치명적입니다. 동작중이라면 더더욱)
4. 정전기 조심.(HDD 제조사의 가이드라인에는 취급중에 접지가 된 정전기 방지 팔찌를 하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저 장치가 일반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면 이 네가지 중에서 어떤 것이 지켜질지 의심스럽습니다.

보통의 외장형 케이스는 그래도 저 중에서 몇가지는 케이스 자체에서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특히 충격에 대해서요.
하지만, HDD가 밖으로 나와있는 상황에서 일반 사용자들이 'HDD는 정밀 전자기기이다'라고 생각해 줄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만큼은 저는 정말로, 정말로 부정적입니다.

HDD 제조/유통사들의 AS 파트들, 정말 바빠지게 생겼습니다.
부디, 제조사에서 HDD의 특성을 배려하여 가급적 세심한 매뉴얼을 넣어주고 소비자들이 그 매뉴얼에 '순순히' 따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만, 그냥 개인적인 바람으로 끝날 확률이 너무나 높기에 저 제품은 '발상의 전환' 보다는 '사용하고자 하는 기기의 특성을 무시한 제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품의 무심한 마무리, 그리고 컨셉을 잡은 개발자의 제품에 대한 몰이해가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덧.
기존에도 유사한 제품은 있었습니다. (http://www.betanews.net/article/366140 참조)
이쪽은 아예 EIDE까지도 커버하지요. :)
다만, 일반적이지 못하게 된 까닭이, 선이 좀 너저분해진다거나 뭐 그런 건 있겠습니다. 활용성 면에서는 이런 쪽이 나을지도요. :)

덧2.
저 제품이 못써먹을 제품이라는건 아닙니다.
다만, 제조/유통사와 관련이 있는 입장이다 보니 저러한 제품에는 좀 심각하게 민감해지네요.

덧3.
점심시간에 후다닥 쓰느라 좀 횡설수설.. -_- 부디 양해를.. -_-;;;;

덧글

  • Teres 2007/09/27 13:54 # 답글

    또다른 문제가 저렇게 세로로 꽂아서 쓴다는 것이겠네요. 눞혀서 써도 종종 고장하는 HDD를 저렇게 꽂아서 쓴다니 고장내려고 작정을 했나봅니다.

    전 예전부터 외장형 HDD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건 그 중에서도 가장 안 좋은 형태인 것 같군요.
  • Muphy 2007/09/27 13:56 # 답글

    ▷ Teres // 세로사용 자체는 문제되지 않습니다만(HDD의 테크니컬 매뉴얼에도 세로사용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으며 그로 인한 수명차이 등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 제품은 세로로 되어있는데 고정이 약하다는게 치명적이지요. 무게중심이 높아지고, 플래터와 헤드는 단순한 자체진동 외에도 탄탄하지 못한 고정으로 인한 큰 흔들림에도 직면하게 됩니다.
  • FAZZ 2007/09/27 14:43 # 답글

    그 생각, 충격에 약한 하드 생각은 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더 치명적이었군요 으음
  • galant 2007/09/27 21:07 # 답글

    이쪽은 문외한이라 저런제품이 당연히 있을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안만들어진 이유가 있었군요.
    그럼 USB커넥터로 연결하는 외장형하드는 어떤구조로 보호를 하고 있나요?
    요즘 주위에보니 USB메모리처럼 막 쓰던데...
  • Muphy 2007/09/28 00:08 # 답글

    ▷ FAZZ // 매우 치명적입니다. :)

    ▷ galant // USB 외장하드들은 그나마 동작중에 뽑을생각은 안하지요. 뽑는다 하더라도 '케이블'을 뽑는것이지 HDD를 냅다 뽑아버리는 짓은 할 수 없습니다. -_-;; 그리고 진동이나 외부로부터의 충격으로부터도 최소한의 보호는 되어있지요. 또한, '내구연한이 매우 낮은 SATA 커넥터를' 마구 꼽았다뺐다 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외장하드들 역시 매우 조심해서 써야 하는 물건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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